행복 정류장

감사한 선생님, 지금은 나도 선생님

햇살나그네 2021. 9. 26. 07:00

1) 무서운 선생님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이
6학년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화장실에서
오줌도 안 누는 것으로 알았던
길에서 만나도 두려워
쉽게 인사도 못 하고
뛰어 도망갔던 나

6학년 때 다른 반 된 나,
엄마에게 떼 써서
선생님 반으로 억지로 옮겨서
과외 수업반 되고
진학했어도 무서웠던,
어지간해선 내게
칭찬은 잘 안 해줬던 선생님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그때 칭찬이 아쉬었던
아이였나 봅니다.

<출처:햇살나그네의 짧은 산문집>


2)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배우면서 닮아 간다.


고등학교 영어시간에 선생님이 갑자기 나의 꿈을 물어서 선생님, 국어선생님이라고 준비하지도 않았던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초, 중,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경제금융교육을 하는 강사로 일한지가 벌써 4년차에 이른다.

그래서 요즘 중학교 친구들의 진로탐색시간에 나의 꿈은 선생님이었는데, 지금은 국어 선생님은 아니지만 선생님이라는 꿈을 이루고 그 일을 하고 있는 나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수업을 하기 위해 교실에 들어서서 교실을 꾸며놓은 모습에서, 아이들의 태도에서 담임선생님의 성향이 묻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격하게 통제하시는 선생님, 친구처럼 자상하게 안내하는 선생님들의 성향에 따라 아이들의 집중도와 질문과 대답하는 태도가 차이가 남을 알 수 있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나에게도 선생님들의 성향 따라 적응하는 것이 달랐던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때 선생님은 눈이 오는 날이면 눈 쌓인 온 운동장을 먼저 뛰어가면서 우리들에게 잡으라고 하면서 쫓고 쫓아도 잡을 수 없었던 선생님이었지만 눈밭에 미끄려져도 즐겁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2학년 때 선생님은 글 읽기를 잘 한다고 늘 손들면 읽기를 시켜 주셨고, 우리들에게 귀했던 공채, 연필등 사 주시고, 구연동화를 재밌게 해 주셔서 그 선생님과 헤어질 때 보내드리기 싫었던 기억이 난다.

목소리 고운 나에게 점심시간에 하는 학교 방송에서 나로 하여금 시낭송을 하게 해 주셨던 3학년 때 선생님, 아침마다 자습시간에 친구들이 풀 문제를 칠판에 매일 적게 해주셨던 4학년 때 선생님.

교내 백일장에 산문부분에 참가하라고 하셨던 5학년 때 선생님, 중학교 진학을 위해 학교 교실에서 과외수업을 하고, 밤이면 선생님은 집으로 가시고 우리는 공부하다 교실에서 자고 아침에 만나곤 했는데, 어느 날은 밤에 집으로 가신다고 해 놓고는 다시와 우리들이 공부하는지 안하는지 몰래 보시고는 혼내셨던 6학년 때 선생님.

우리 이웃집에서 사시는 선생님은 내가 국어시험지에서 풀지 못했던 문제,
‘은’ ‘는’과 ‘을’ 를‘은 앞 단어에 받침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리 쓰인다고 친절히 가르쳐 주셔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게 해 주셨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의 친구가 김영랑 시인의 시집을 냈다며 소개해서 산 시집에서 “모란이 피기까지를” 이라는 시를 많이 읽게 됐던 일, 원소기호를 육이오 노래에 붙여 외우게 했던 생물 선생님, 산을 칠판에 그리고 산꼭대기에서 물방울 떨어지면 물방울들이 다 부서지고 흩어져서 각자 다른 방향을 가면 훗날 다 있는 곳이 다르다고, 우리들도 그렇게 된다고 하셨던 한문 선생님

고등학교때 2학년 담임을 맡으셨던 선생님이 3학년 때도 나를 같은 반으로 데리고 가서, 2년 내내 장학생으로 다니게 해 주셨던 선생님

이렇게 많은 고마운 선생님들 때문에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어쨌든 나는 시를 좋아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게 되었고, 시를 쓰는 사람이 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늦게나마 공부도 계속해서 내가 하고자했던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듣게 되었다.

담임을 맡는 선생님들은그 친구들과 거의 하루 종일 함께 해야 하므로 부모님 다음으로 비중이 큰 양육자인 셈이다. 그래서 선생님의 위치는 아이들 각자의 마음과 잘 소통할 수 있는 그릇을 가진 어른이어야만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선생님을 보면서 자라기 때문에 어떻게 대하고 가르치느냐에 아이들의 인성과 미래가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친구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나는 얼마나 갖추고 지도하고 있는지 다른 동료 강사님들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늘 생각하고 준비하는 선생님으로 오래오래 친구들의 길잡이가 되고 싶다.


<출처:햇살나그네의 행복생애설계 노트>

photp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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