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정류장

사라진 편지에 대한 그리움

햇살나그네 2021. 9. 6. 07:00

편지가 사라졌다.
이제는 굳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편지를 쓰는 즐거움에 비해 아픔이 컸다.

이메일이 생기고,문자를 보내고, 카톡으로 주고 받는다.그래서 참 빠른 답장이 오가고 결정도 빠르다.이제는 기다리는 것은 시간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을 만지는 것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여유이고 성찰의 시간이고 배려고 성숙의 시간이었다.

20대에서 30대 사이에는 편지를 참 많이 썼다.월남에 간 형에게 국제우편으로 위문편지를 보내고,도시에 돈 벌려 나간 형 누나들에게 부모님을 대신해 안부편지를 보내고,군대에 있는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 받고,친구들이 소개해준 이성에게 펜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세상 이야기도 전하고 나는 늘 너의 건강과 행운을 빌고 있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그 안에 내 마음이 가득 들어 있었다.말로 전하지 못할 낮간지러운 말도 글로 적을 수 있었다.

그 편지쓰기를 통해 내 청춘은 성장했다.나를 아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했다.상대방이 보내준 답장은 모든 시름을 잃게 하는 보약이기도 했다.그 때는 우체국배달부 아저씨가 우리집에 편지를 주러오는 걸 많이도 기다렸다.그 때의 기다리며 느낀 감정들이 다시금 살아나는듯 하다.내게 답장을 보내 준 소중했던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은 여전하다.

그 때 나는 편지 쓸 때마다 편지지 밑에 복사용지를 대고 써서 복사가 되도록 해서
사본을 하나씩 보관했다.원본의 편지를 상대방에게 보내고 나면 나중에 무슨 내용을
보냈는지 기억하기 어려워 그랬던것 같다.복사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지금도 그 때 복사해둔 내가 쓴 편지와 상대방이 쓴 편지가 보관되어 있다.이 세상에 없는 친구가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도 있어서 가슴시린 때도 있다.

편지쓰기는 이메일이 생기기전까지,휴대폰이 생기기 전까지 내 글쓰기의 선생님이었다고 생각된다.
시인이 되고,책을 내기까지 나의 선생님은 내 편지를 읽고 답장을 보내 준 사람들이기도 하다.

문자와 카톡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티스토리 블러거는 미처 알 지 못 하는 많은 분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같은 기분이 들게해서 기분이 좋다.

좋은 글로,
행복한 글로
편지를 쓰고자 마음은
다시 그 때의 순수했던 청춘의 마음이다.


편지 모음 중 일부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