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

이웃 사촌의 의미

햇살나그네 2021. 8. 12. 15:07


얼마전 저녁 10시쯤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 어떤 분이 주차된 차량에 오물을 투척하였다고 확인해 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우리 부부를 포함해 우리 라인 60세대 주민이 동시에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각층마다 문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해서
겨우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다행스럽게도
오물은 물에 치약을 푼 것으로 흰색차량에만 투척해놨다.
평소에는 인사만 하던 주민들이 공통관심사가 있어서인지 친하지도 않는데 대화가 많아졌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 아버지 나,이렇게 3대가 한 집에 사는 집이 많았다.
고모나 삼촌도 같이 살거나 이처럼 대가족이 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끼리 다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다.

산업화되고 도시가 발전하고 그 도시에 삶의 터전을 마련해서 대가족이 해체돼가고 도심속에 1인이 거주하는 집들이 많이 생겼다.

시골 집에 살 적에는 이웃에 사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 집 소가 어떻게 생겼는지.그 집 자식이 공부를 잘 하는지도,그 집 자식이 뭘 잘못했는지도 잘 알고 허물없이 지냈다.

도시에 이웃에 사는 지금의 사람들은 개인 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또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서로 아는척도 안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사는 지인의 아파트에 갔을 때 퇴근무렵 엘리베이터안에 사람이 많아도 서로 아무 말도 없었다.지인에게 이상하다 했더니 다 그렇다고 했다.

우리 아파트 사람들은 엘리베이트에서는 누구든 인사를 한다.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우리 라인 같은 층에는 세 가구가 산다.우리는 입주때부터 쭉 살고 있다.옆집에는 신혼부부가 살다가 아이 둘을 낳고 최근에 이사를 갔다.그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엘리베이터나 문 앞에서 지켜봤다.그래도 백일이나 돌 때 떡을 돌리고 아내는 옷을 만들어 주고 이웃의 정을 조금이나 나누었다.
그리고 이사를 갔다.

새로 이사온 젊은 사람들도 이사와서 집들이 선물로 떡대신 빵을 전하러 왔다.어제는 퇴근길에
문앞에서 아이와 아빠를 만났다.두살 전후의 아이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줘서 퇴근길의 피로가 싹 날라갔다.

또 다른 집은
총각이 혼자 산다.엘리베이터에서 인사만 하는 사이라서 얼굴을 자세히 모른다.
어느 날,
이 분이 우리 초인종을 눌러 아내가 나갔더니
휴대폰 좀 빌려달란다.왜 그러냐고 했더니 보이스피싱 당한거 같은데 휴대폰도 해킹당하거 같다.경찰서에 전화했는데 그 놈들이 받아서 경찰에 신고하려고 한다했다.

아내에게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휴대폰 빌려주었는지 물었더니 잘은 모르겠는데 표정이 너무 심각해서 맞다고 보고 빌려줬다 했다.

경찰서에 여러번 전화를 하고,경찰서로 달려갔다.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서 편의점 근처에서 전달해 주고 집에 와서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걸 안 후에
늦어버린 그 돈을 찾을수 있을지
우리도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며칠뒤에 동네 곳곳에 경찰서에서 내건 플랜카드`현금 달라거나 이체하라면 무조건 보이스피싱이다'가 걸렸다.

엘리베이터에서 그 분을
만나도 찾았느냐고 묻지는 않았다.그런데 얼마후 음료수 한 통을 가지고 왔다.그 때 휴대폰 빌려줘서 감사했다고.

돈은 찿았느냐고 물었더니 경찰서에서 찾고 있는중이라고 했다.

이웃 사촌!
자녀나 친척들 친구들 지인들이 가까이 산다면 참 좋겠지만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달려 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급하면 부탁할 곳이 막연하다.
그러므로 평소 인사나 안부만 묻는 이웃의 도움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요즘에 세상이 그래서
도움을 주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서로 믿고 도움이 되는 세상을 바라면서
글 올립니다.


한적한 도심의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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