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

출퇴근 길의 새댁 이야기

햇살나그네 2021. 8. 13. 11:57


살고 있는 집에서 직장까지는 버스로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집에서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버스에서 내려 직장까지 걷는 시간까지 합하면 대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다행스럽게 빨간색 좌석버스 노선이 있어 타고 다닌다.

여러해 동안 그 버스를 타고 다니다보니 거의 매일 보는 사람들이 있다.그 동안에 어느 날 안 보이는 사람들도 생긴다.이사를 갔으면 다행인데 직장을 그만두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느 해 겨울 버스에서 내리다 지하철 공사하는 발판에 미끄러져 넘어졌을 때 괜찮냐고 묻던 분은 정년퇴직 한것으로 생각된다.

아침에 버스타려는데 지갑을 안가져왔는지 찾길래 내가 대신 카드 찍어드릴테니 그냥 타게 해드렸는데,다음날 아침 감사했다며 천원짜리 두장을 주려길래
그러지 마시고 다른 분이 그런경우 대신 차비 내시면 된다고 거절했다.그 여자분은 어느 날부터 안 보였다.

그리고 그 여자분이 안 보일쯤에 새로운 분이 매일 먼저 와서 버스를 기다렸다.그런데 어느 날,내 카드가 사용할 수없다고 해서 당황했다.그래서 그 분에게 부탁해서 어려운 상황을 해결했다.

이제는 꺼꾸로 그 분이 지갑을 안 가지고 온 날이 있었다.제가 카드로 결제해 드렸는데 다음 날에 돈을 주려했다.그래서 저번에 저를 도와주셨으니 안 받겠다 하고 감사 인사만 나누었다.

며칠 후,출근길에 자기가 직접 만든거라며 천에 웃는 모습의 사람얼굴을 그리고 색을 넣은 것을 나무에 붙인것을 선물이라고 주었다.안그래도 되는데 감사하다며 받았다.
결혼하셨죠? 그럼 앞으로 새댁이라고 부를게요.새댁은 저를 사장님이라고 하시던데 편한대로 불러도 된다고 했다.

그 후로도 두 사람은 만나도 아는체 하거나 인사를 하지 않는다.가끔 버스 시간표 바뀌었다고 알고 있느냐 정도의 대화만 한다.

지난 해 겨울 퇴근길에 그분이 아파트 쪽으로 가지 않고 반대쪽 농토와 공장이 있는 컴컴한 곳으로 가는 걸 보았다.왜 어두운 곳으로 가는지 궁금해서 뒷날 퇴근길에서 물었다.

공장쪽에 개가 새끼를 세마리 낳아서 밥 주러 간다는 것이다.누구 개냐고 물었더니 주인이 없는 개라고 했다.어떻게 그 곳에 있었는지 물었더니 주말에 신랑하고 산책하다 발견했다고 했다.
대단하시다는 덕담을 하고 났더니 오늘도 밥 주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 후 퇴근 후 아파트 주위를 돌고 있는데 그분이 저 앞에서 오고 있어서 서로 엉겹결에 인사를 했다. 개와 함께 있었다.내가 묻기도 전에 예전의 그 새끼 인데 입양했다고 했다.새끼가 아닌데 생각하는데 그분이 그동 안 이렇게 많이 컸다고 한다.
그 분의 말투와 표정에는 행복이 가득 배어 있었다.그 이후로도 종종 개와 함께 가는 착한 새댁을 만나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평범하면서도 선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새댁이 내게 말해주고 있다.새댁같은 분이 이웃에 산다는게 감사한 마음이다.

명지동 울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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