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

경주 들판, 가을에 물들다

햇살나그네 2021. 9. 30. 07:00

추석날 아침,
경주 불국사 앞 저수지에 물이 완전히 빠졌다. 지금까지 물이 이처럼 빠진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늘 물 속이 궁금했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빈 공간 뿐이다. 그 공간 안에 물이 늘 있었고, 지금은 새와 하늘과 연꽃이 쉬고 있다.
공간! 채울 수 있는 공간, 공간은 여유다.
내 안에 채울 공간을 만들어야 겠다.

물이 빠진 저수지
물빠진 저수지,연잎밭과 하늘밭


저수지 밑에 있는 논들에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익어간다는 것은 여물어 가는 것이다.여물어 간다는 것은 알이 꽉 찬다는 것이다.
알이 찬다는 것은 비바람을 잘 견뎌내며 버티는 것이다.
나이 들어가는 것은 익어 가는 것이라고 어느 가수가 노래했다.
익어 간다는 것은 외롭고 힘드는 것이기도 하다.

고개숙인 벼이삭
불국사역 앞 들판
소시지가 붙여있는 풀밭


열매를 맻고 꽃이 피어나는 길가를 걷는다.
자연은 계절은 때를 안다. 때를 안다는 감각적이기도 하지만
지혜로운 것이다. 되풀이 하는 과정에서 습관이 되고 지혜가 된다.
작년 이 맘때 너를 만나고, 오늘 또 너를 만나는 나는
얼마나 지혜로운가?

가성비 좋은 아주 작은 감나무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나는 길


해가 저물고 달이 뜬다.
나는 소원을 빌기 보다는 멋진 장면을 찍기 위해서 좋은 자리를 잡는다.
지금 서 있는 이 자리가 가장 좋은 자리이고, 지금 서 있는 이곳의 내가 가장 멋지다.
나의 소원은 내가 지금 행복한 것이다.

한가위의 달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