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

입사 동기는 경쟁자인가,동반자인가.

햇살나그네 2021. 10. 6. 07:00

오래 전,직장에 함께 입사한 동기들을 생각해 본다.
군대를 제대한 군필자들을 신입 사원으로 모집할 때,고등학교 갓 졸업한 자와 졸업 예정자들과 함께 입사를 했고,신입사원연수도 함께 받았다.

신입 사원연수를 장기간 연수원에 합숙을 하며 교육을 받았다. 그때도 고졸 친구들과 함께 연수를 받았다. 군필자와는 나이가 6~7세 차이가 난다.

문제는 연수원 식당에서 생겼다.연수생 수칙에 식당에 갈 때는 숙소에서 신는 슬리퍼를 신고 오지 말라는 것이 있었다. 어느 날 고졸 연수생이 식당에 슬리퍼를 신고 왔다. 그 것을 본 연수원에 근무하는 고참 직원이 왜 수칙을 어기고 신고 왔느냐고 지적했다. 그 고졸 연수생은 선배님은 왜 신고 오셨냐고 대꾸를 하고, 서로 옥신각신 하다 연수원 직원이 연수생 뺨을 때렸다. 연수생이 울고 난리가 났다.

고졸 연수생 리더들이 군필 연수생 리더들을 찾아와 그냥 넘어 갈수 없다. 대책을 논의 하자고 해서 회의 끝에 수업거부를 하기로 결정하고 연수생 모두가 숙소에서 머물었다.그리고 고참 연수생과 연수원장의 공개 사과를 요청했다. 연수원측은 일단 수업을 다 받고 나중에 사과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협상을 끝내고 수업을 다 마치고 해당 직원이 와서 공개 사과를 하고 끝냈다.

그런 전력을 가진 군필자 연수생 동기 50명은 전국의 각자의 자기 일터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 중에 사람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동기들이 동기회를 소집하였고,
매월 회비를 내며 전국을 다니며 친목을 도모한다. 주말이나 연휴를 이용해 가족 동반 모임도 하면서 친밀도는 높아 간다.

시간이 흘러 진급 시험을 치게 되는 시기가 온다. 진급 시험에 한 번에 합격하는 동기도 있고, 2번 3번 만에 합격하는 동기들도 생긴다. 다른 동기 들에 비해 늦어지면 비교가 되고 우울해 진다. 그만큼 대리 진급이 늦어지게 된다. 진급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퇴근후 저녁시간,주말 시간들을 투자해야만 합격이 가능하다.

이 때부터 동기들간의 친밀도보다는 경쟁심이 생기게 된다.시험 합격이 늦게 되거나 고과가 안 좋으면 차장 진급도 늦어진다. 급기야, 내가 가장 싫어하는 동기가 내 상사로 오게 된다. 그 동기와 나는 사사건건 티격티격한다. 그 것을 눈치챈 점포장은 나를 분소의 팀장으로 보내 둘 사이의 공간을 멀리하게 둔다.

상사로 온 동기는,입사 시험을 볼 때 내 뒤에 앉았다.쉬는 시간에 내게 그 문제 답을 어떻게 적었냐고 묻고 자기 답이 정답이라고 우길 때부터 알아봤다.잘난체 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동기회 모임도 주도하는 등 열혈 남아다.그 동기가 회장할 때 독단적이고 동기회비를 횡령했다는 이유로 회비 정산도 없이 동기회는 해체됐다.

상사로 왔을 때 티격태격할 때,지나가는 얘기로 그래도 고과성적은 잘 줬다고 했다. 그 후 내 진급에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봐서 아주 나쁘게 주지는 않은것으로 짐작했다.

한강 이남에 있는 동기는 5명이었다. 그 중 2명은 여러 차례의 구조조정이 있을 때 권고 사직을 당했고, 나머지 3명은 본인이 희망하는 때까지 근무한다. 3명중 1명이 내 상사로 왔던 친구이고 나머지 1명은 나와 친하게 지내는 동기다.

친한 동기와 나는 연수원 시절부터 친하게 되었다. 총각이었을 때는 동기가 근무하는 강릉을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만나러 가기도 하고, 서로 결혼할 때, 부산으로 광주로 다녀가고,고향으로 함께 여름 휴가를 가기도 하고, 이처럼 근무할 때는 30년을 희노애락을 같이 한다.부부와 자녀들과도 잘 알고 직장에서 좋은 일, 안좋은 일을 전화로, 편지로, 만남으로 공감하며 위로하며 지냈다. 그리고 둘다 같은 해에 희망퇴직을 한다. 그리고 퇴직 한 지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고, 각자의 지역에서 나름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솔직히 이 친구와도 경쟁심은 늘 있었다. 누가 먼저 진급 시험에 합격을 하고,누가 먼저 진급을 하고, 해외 여행을 포상으로 몇 번이나 다녀오는가? 크고 좋은 아파트로 이사가는가? 그 동기 역시 야간학교를 다니며 공부하는 나를 시샘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넌 나이들어서 그것 어디 써 먹으려고 그려냐~ 나이 들면 다 소용없어야!

그 친구가 어제 안부전화를 했다.
늘 먼저 하다가 명절인데도 안 했더니 역으로 전화가 왔다.물어보기도 전에 줄줄줄 자기 이야기를 하고 묻는다.이제는 공통관심사가 적어졌다.맨날 같은 질문이 되풀이 된다.

어떻게 지내냐?
집사람 건강은?
애들은?
건강하기만 하면 곧 만나겠지로 대화를 끝내면 긴 아쉬움만 남는다.
동기로서 위안을 받았고 힘이 되기도 하고 경쟁자로 동기부여도 되었던 젊은 날의 우리는 보기 좋은 친구였다.
동기는 경쟁자이면서 동반자이기도 했다.

코로나가 끝나면 먼저 그 친구 만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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