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문화마을 ㅡ김정우 크레파스로 하얀 도화지에 파란 하늘을 먼저 그리면 버스는 언덕길을 헐떡이며 올라 집을 다 그리기도 전에 바닷내음 나는 산등성이에 멈쳐요. 오래된 골목들이 더덕더덕 붙은 가난한 눈꼽을 훔치며 낯선 사람들의 발자욱소리에 들 뜬 하루로 마중을 해요. 오래된 아주 오래된 이야기는 박제가 되어 스레트 집 벽에 붙어서 말을 시작하려 하지만 스무살 젊은 연인들의 귓전에 닿기도 전에 스마트 폰 카메라 속으로 들어가 버려요. 내 스무살 전후에 살았던 골목길에 달린 부엌이 있는 방들이 스물스물 손을 내밀어 걸음을 멈쳐요. 꿈에 취한 소년의 휑한 눈길엔 바다로 향해있는 창문이 너무 작아요. 거미줄처럼 촘촘한 골목길엔 아지랑이같은 추억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148계단을 숨차게 달려요. 아아! 기억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