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산책

지금은 서두르지 않는다

햇살나그네 2021. 12. 27. 07:00

《좋은 글》 허둥대거나 서두르지 않고 뛰지 않는다.


이제는 발 빠르게 무엇인가를 할 때는 아니다. 서두르는 일은 노년에 아무런 좋은 결과도 가져오지 않는다. 남아 있는 시간은 적지만 저마다의 인생길은 다 있으므로 천천히 게으름피우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면 족할 것이다.

노인의 갖가지 심신의 사고는 서두르는데서 일어난다. 잠이 오지 않을 때조차도 서둘러 잠을 청할 필요는 없다. 빨리 자려고 수면제를 먹으면, 다리에 운경 신경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 다리가 꼬이게 되면 넘어져서 골절상을 입게 된다..

이만큼 살아왔는데 여기서 무얼 서두를 게 있으랴. 노인이 약속시간에 좀 늦는다고 투덜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철이 이미 와 있다고 해도 뛰어갈 필요는 없다. 전철은 다음 것을 타면 그만이다. 전철 한 대를 기다리는 동안에 세상을, 젊은 아가씨를, 재미나는 광경을, 그 밖의 여러가지를 볼 수 있다. 서두르는 것보다 기다리는 편이 훨씬 좋은 것이다.

젊었을 때야 말로 서둘러야 했다. 앞날이 있다고 해서 늑장을 부리면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청춘이다. 그러나 노년은 다르다. 노년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면서 인생을 음미할 수 있는 나이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누구나 예술가이다. 노인이 되어 시를 쓰기 시작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그런 연유 때문이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무엇이든 느긋하게 느릴수록 좋다.

그러나 그 이전 40대부터 60대까지 인간은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동안에 이루어야 할 일을 해놓지 않으면 더 이상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40이 되어 무엇인가 몰두할 일을 가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반은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곧 결심하여 무엇인가 시작한다면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느긋한 노년에 들어서기 전에는 충실하고 활기찬 장년 시대가 필수인 것이다.

<출처:소노 아야코의 계로록,'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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