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좋은 글 산책>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진정한 우정이란 동화 속 거대한 바다뱀 이야기처럼 아무도 모르거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내가 아는 좋은 지인이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에 관해서 하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과는 이제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가장 좋은 기회는 진지한 도움과 상당히 희생이 필요한 지금 막 닥친 불행에 관해 이야기할 때다. 이 순간 친구의 얼굴에는 진실하고 순수한 슬픔이 차오르거나 순간적으로 태연하게 침착한 기색이 스쳐간다. 이는 라 로슈푸코의 명언에도 드러나는 사실이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닥친 역경속에서 우리는 항상 우리가 좋아하는 부분을 찾는다.'

  보통의 친구라는 사람들은 내가 불행해졌을 때 입가에 움찔하면서 조용히 미소가 번지는 행동을 주체하지 못한다. 최근에 자신에게 닥찬 심각한 불행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약점을 숨김없이 공개하는 일만큼 사람을 확실하게 기분 좋게 만드는 일은 없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특징이다.

 

  멀리 떨어져 있거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면 어떤 우정이라도 손실을 본다.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가장 친한 친구라도 서로 보지 못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우정이 점차 추상적인 개념으로 변해 감정이 각박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친구에 관한 관심은 그저 이성적이고 관습적으로 변모한다. 격렬하고 마음 깊이 느끼는 관심은 사랑하는 동물처럼 눈앞에 있는 존재에게 품는 감정이다. 인간의 본성은 지극히 감각에 의존한다.

<출처:쇼펜히우어 소품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