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산책

재난을 대비하면 재난이 닥쳤을 때 견디기 힘들지 않다.

햇살나그네 2024. 4. 11. 07:00

<좋은 글 산책> 재난을 대비하면 재난이 닥쳤을 때 견디기 힘들지 않다.

 
  크고 작은 재앙은 인간의 삶을 이루는 참된 요소이므로 언제나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짜증 나는 사람이 되어 매 순간 인생의 고통을 한탄하고 얼굴을 찌푸리거나 벼룩에 물렸다고 신을 불러선 안 된다. 조심스러운 자가 되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서 비롯되는 사고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신중함을 가지고 영리한 여우처럼 크고 작은 불운을 잘 피해야 한다.
 
  인간이 재난을 먼저 예상하고 그에 대비하면 재난이 닥쳤을 때 견디기 힘들지 않다. 그 이유는 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불행의 규모를 예측하고 여러 방면에서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재난이 닥쳤을 때 그 재난의 실제 중대함 외에 더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에 이런 조치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재난이 닥치면 겁에 질려 정신은 막상 눈앞에 있는 재난의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 그러면 인간에게는 이 재난이 헤아릴 수 없이 어마어마하게, 실제 규모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게다가 은밀히고 불확실한 일은 모든 위험을 더 크게 보이도록 만든다. 그러나 재난을 예상했던 인간은 예견된 불행에 대한 위로와 구제 대책을 함께 고려했거나 적어도 불행을 상상해 보는 데에 익숙해졌다.

<출처:쇼펜하우어의 소품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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