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아침,
경주 불국사 앞 저수지에 물이 완전히 빠졌다. 지금까지 물이 이처럼 빠진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늘 물 속이 궁금했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빈 공간 뿐이다. 그 공간 안에 물이 늘 있었고, 지금은 새와 하늘과 연꽃이 쉬고 있다.
공간! 채울 수 있는 공간, 공간은 여유다.
내 안에 채울 공간을 만들어야 겠다.


저수지 밑에 있는 논들에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익어간다는 것은 여물어 가는 것이다.여물어 간다는 것은 알이 꽉 찬다는 것이다.
알이 찬다는 것은 비바람을 잘 견뎌내며 버티는 것이다.
나이 들어가는 것은 익어 가는 것이라고 어느 가수가 노래했다.
익어 간다는 것은 외롭고 힘드는 것이기도 하다.



열매를 맻고 꽃이 피어나는 길가를 걷는다.
자연은 계절은 때를 안다. 때를 안다는 감각적이기도 하지만
지혜로운 것이다. 되풀이 하는 과정에서 습관이 되고 지혜가 된다.
작년 이 맘때 너를 만나고, 오늘 또 너를 만나는 나는
얼마나 지혜로운가?


해가 저물고 달이 뜬다.
나는 소원을 빌기 보다는 멋진 장면을 찍기 위해서 좋은 자리를 잡는다.
지금 서 있는 이 자리가 가장 좋은 자리이고, 지금 서 있는 이곳의 내가 가장 멋지다.
나의 소원은 내가 지금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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