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

흰여울마을에서 만난 바다, 바람, 과거

햇살나그네 2021. 10. 12. 07:00

오늘,영도구 신선동에 위치한 흰여울마을에 아내와 같이 다녀왔다.
토요일,일요일이 아닌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여울 책장이라는 카페를 찾아 마주 보이는 바다를 보며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셨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좋았고, 앞이 탁 트이고 바다 전망이 좋다. 특별이 나는 바다를 좋아해서 또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주 보이는 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수욕장인 송도 해수욕장이 보이고 그곳에 케이블카가 오간다. 바다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아주 오래 전에( 20년도 넘게) 직장에 같이 근무하던 친한 직원의 어머니가 돌아 가셨을 때 퇴근 후 그 때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과 저녁 늦게 조문을 왔던 곳이다. 상주인 그 직원은 어머니와 추억과 바닷가에서 동무들과 놀았던 이야기를 해준게 기억이 나서 아내에게 들려 주었다. 그 밤에 바다를 본 기억은 없다. 더듬더듬 찾았던 골목만 기억이 났다.

흰여울 마을은 2송도 삼거리가 입구에서 시작된다. 이곳 주변에 주차를 하고 신호등을 건너면 바로 바닷로 가는 작은 계단으로 내려간다.

흰여울마을 입구


주차는 토,일요일에 아래와 같이 2송도 삼거리 주변에 주차하면 된다. 평일에는 주차장에 주차하는데 공용주차장은 신선중학교 뒤쪽에 있는데 경사로가 있어 올라갈 때는 조금 힘들다. 2송도 삼거리에 주차장이 있지만 생각보다 좁다.

이곳은 영화 '변호인'의 촬영장소로 유명하기도 하다. 기관에서 문화마을로 조성해서 조그마한 가게들이 영업중이다.

앞서 내가 이야기 했던 직장동료와 친분이 있을지도 모를 분이 국제신문에 올린 칼럼중 일부를 소개한다.

"이것이 산복도로가 있는 신선동, 청학동, 봉래동, 그리고 벼랑 위에 서 있는 영선2-흰여울문화마을사람의 삶이었다. 날마다 굶었고, 날마다 울었고, 날마다 마셨고, 날마다 싸웠고, 결국은 날마다 살아냈던 영도 사람들의 삶이었다.

그 가파른 삶의 가장 내몰린 자리, 그 벼랑 끝이 지금 흰여울문화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영도를 떠났다가 35년 만에 돌아와 나는 매일 걸어서, 혹은 버스를 타고 소위 흰여울문화마을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불리는 그곳을 지나간다. 깎아지른 절벽 위의 가난한 마을을 날마다 지나가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곳을 기웃거린 적이 없다. 구경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곳은 지금은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가난한 내 친구들의 집이었고, 이제는 내 친구들의 늙은 부모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출처:국제신문 [세상읽기] 흰여울문화마을이라는 거짓 중에서(황경민 작가/입력 : 2021-08-29 19:26:08/ 본지 22면)>

나는 이 마을에 와서 과거를 만났다. 처음 부산에 왔을 때가 1973년이었다. 처음 살았던 전포동이나 이 곳이나 산복도로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이웃해서 살던 곳이다. 친척 형들이 먼저 고향을 떠나 이 곳 영도 근처에 주택 지하에서 자취하던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한 참이나 걸어서 남포동에서 함께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났다. 내 직장 동료나 황경민 작가나 나는 어려웠던 시절의 중심에 있었다. 작가가 가기 싫어 했다고, 지금 이렇게 변했다고 작가처럼 아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 시절들이 있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힐링된다면 그 것으로 충분하지 않는가. 다만 변호인 이라는 영화의 촬영장소라기보다는 그 곳의 의미를 좀 더 생각하고 찾는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흰여울이라는 뜻은 앞 바다의 파도가 바닷가에 흰물결을 만드는 것을 말하는 것일 거라 혼자 생각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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