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동화ㅡ김정우 돌아갈 듯 아쉬운 낡은 더위는 아가의 콧등에 송글한 땀방울 몇 개 위로 스쳐 지나가는 사과 맛같은 새콤한 바람과 장난치며 놀고 있고 자꾸만 자꾸만 높아져 가고 파래져가는 하늘가에 고추잠자리 한 마리 핑그르르 힘을 잃고 낮은 쪽으로 맴돈다. 방금 강뚝길따라 긴 꼬리를 달고 완행열차가 지나간 기찻길 옆에는 청초한 고향누나같은 코스모스가 아침 이슬을 머금고 살픗 웃고 있다. 여름내 캐캐한 곰팡이 냄새 가득한 옷장 문을 열면 지난 가을의 자잘한 일상이 개어진 옷들의 주머니 속에서 졸다가 깜짝 놀라 뛰쳐나와 온 방을 추억으로 도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