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산책

<좋은 시> 구부러진 길

햇살나그네 2022. 4. 9. 00:00

<좋은 시>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를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난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출처:김용택의 필사하고 싶은 시중에서>
 
=>햇살나그네 노트
구부러진 길은 여유가 있다. 천천히 가야 주변이 잘 보인다. 살면서 가끔은 구부러진 길을 걸어보면 여유가 생긴다. 구부러진 것은 잘못된 길이 아니고 열심히 살아온 길이다. 살면서 쭉 나가지 못하는 구불구불한 인생일 수도 있다. 그것은 내 삶의 굴곡이지만 지나고 나면 나의 아름다운 역사의 길이 된다. 어릴적 마을에 있는 모든 길은 구부러진 길이었다. 그곳에 여유와 인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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