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산책

인간에게 여유롭게 쉬기란 어려운 일이다

햇살나그네 2024. 2. 21. 07:00

<좋은 글 산책> 인간에게 여유롭게 쉬기란 어려운 일이다

 

  어쨋든 각자 능력에 맞게 뭔가를 하는 게 좋다. 계획에 맞춰 일하거나 무슨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게 인간에게 얼마나 손해가 되는지 오랫동안 한가하게 여행하다 보면 자신이 불행하다는 느낌을 받는 데서 알 수 있다.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자연스러운 본질적 특성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두더지의 욕구는 땅을 파는 일이듯 인간이 욕구는 노력하고 저항과 투쟁하는 것이다. 인간은 지속되는 향락의 충족이 불러오는 침체를 참지 못한다.

  장애물 극복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장애는 겉으로 행동할 때 보이는 물질적인 종류일 수도 있다. 배움과 연구 같은 정신적인 성질을 가질 수도 있다. 이런 장애와 싸워 이기면 인간은 행복해진다. 다만 그럴 기회가 없다면 무슨 일을 해서든 기회를 만들어내고야 만다. 각자 개성에 따라 사냥을 하거나 죽방울 놀이를 하거나 본능대로 무의식적 특성에 따라 싸움을 걸거나 음모를 꾸미거나 사기 같은 온갖 나쁜 일을 해서라도 참음수 없는 평온한 상태를 끝내려 한다. 즉 인간에게 여유롭게 쉬기란 어려운 일이다.

<출처:쇼펜하우어의 소품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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