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산책

뇌가 휴식을 취하도록 하면 좋다.

햇살나그네 2024. 2. 22. 07:00

<좋은 글 산책> 뇌가 휴식을 취하도록 하면 좋다.

 

  근육은 많이 사용하면 강해지지만, 신경은 많이 쓸수록 약해진다. 그래서 근육은 적당한 긴장을 통해 단련해야 한다. 그러나 신경은 어떤 긴장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눈에는 너무 밝은 빛, 즉 반사광선이 해롭고,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 긴장하며 작은 물체를 오랫동안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귀는 과도한 소음을 피하고 특히 뇌는 강제로, 장시간 동안 때아닌 긴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음식을 소화하는 동안 뇌가 휴식을 취하도록 하면 좋다. 뇌에서 사고를 형성하는 동안의 생명력이 위와 장에서 위산과 섞여 암죽 상태가 된 음식물인 미즙과 소화된 지방이 암죽관 속에 흡수된 젖 빛깔의 림프액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더불어 근육을 격하게 움직일 때나 움직인 이후에도 뇌를 쉬게 하면 좋다. 운동 신경과 마찬가지로 감각 신경이나 통증은 서로 연결괴어 있다. 인간이 팔다리를 다쳐서 느끼는 감정은 뇌에서 나온다. 이처럼 움직이고 일하는 부위는 다리나 팔 자체가 아니라 뇌다. 뇌가 길게 뻗은 척수를 통해 사지의 신경을 자극하여 움직이게 만든다. 그러므로 인간이 다리와 팔에서 감지하는 피로에 대한 의식은 사실 뇌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피로를 느끼는 부위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뿐이다. 심장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근육은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격렬한 근육활동과 정신활동을 동시에, 심지어는 연속해서 하도록 강요당할 때 뇌는 손상당한다.

<출처:쇼펜하우어의 소품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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