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산책

어느 묘비를 위한 시

햇살나그네 2024. 6. 12. 00:00

<좋은 시 산책>어느 묘비를 위한 시

-빈센트 밀레이

 

살아 있는 인간이여, 그대는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고

그대가 얻지 못했던 것들, 돈, 아름다움,

사랑 따위를 열망하며.

 

살아, 그대를 덮고 있는 것 같은

험한 하늘을 보느니 썩어버린

인간이 되는 게 더 복되다고 여기며.

 

축복받지 못한 비참한 모든 인간들 중에서

그대 자신이 가장 비참하다고 여겨,

죽어 편히 쉬게 되기를 갈망하지만.

 

그러나 이것을 알라, 나의 부러운 상태를

곰곰 생각하도록 그대를 내몰았던

그 운명이 아무리 끔직한 것이라 하더라도.

 

여기, 기꺼이 제 운명을 버리고 그대의

운명을 짊어지고자 할 사람이 누워 있다.

그대의 외투를 내게 다오. 그리고 그대는 내 것을 입어라.

<출처:신현림 엮음, 그리운 너를 안고 달린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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