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산책>어느 묘비를 위한 시
-빈센트 밀레이
살아 있는 인간이여, 그대는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고
그대가 얻지 못했던 것들, 돈, 아름다움,
사랑 따위를 열망하며.
살아, 그대를 덮고 있는 것 같은
험한 하늘을 보느니 썩어버린
인간이 되는 게 더 복되다고 여기며.
축복받지 못한 비참한 모든 인간들 중에서
그대 자신이 가장 비참하다고 여겨,
죽어 편히 쉬게 되기를 갈망하지만.
그러나 이것을 알라, 나의 부러운 상태를
곰곰 생각하도록 그대를 내몰았던
그 운명이 아무리 끔직한 것이라 하더라도.
여기, 기꺼이 제 운명을 버리고 그대의
운명을 짊어지고자 할 사람이 누워 있다.
그대의 외투를 내게 다오. 그리고 그대는 내 것을 입어라.
<출처:신현림 엮음, 그리운 너를 안고 달린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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