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은
아무말도 내게 해주질 않는다
억만년의 세월을 감추고
그냥 침묵한 채
우울해 하지 않는다
아무렴 어때,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다가서면
느낄 수 있으니까
나는 다만,
물안개 피는 늪을 만나고 싶었다
물안개에 묻혀
늪이 되고 싶었다
내 안에 있는 아픔들 감추고
백년세월, 있는 그 자리에서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남고 싶었다
내 앞에 있는 늪은
지금, 한낮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
아무 말이 없다
늪은
아직도 늪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
침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출처:김정우 시인,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사랑으로 남고 싶어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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