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점 부끄러움 없이
하늘을 우러러
이끼 낀 삶
살아오며
아무도 모르게
버려둔 나의
푸르던 작은 하늘을
가슴으로 기억하려 하오
흘러가는 구름
가볍게 타고
가고픈 곳이면
어디든 떠나는 소년의
쾌활한 꿈처럼
하늘은
넓고 푸르고
아름다우며 자유롭다
눈 뜨자 마자 바쁘고
네모진 길모퉁이를 돌고
성냥갑 같은 아파트 속에서
각진 책상에 앉아
커서가 재촉하는 컴퓨터 앞에서
퇴근길 쓰러진 술병 옆에서
아무도 모르게
버려둔 나의
푸르던 하늘은
몸음 낮추며
울고만 있네
<출처:김정우 시인,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사랑으로 남고 싶어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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