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산책

하늘

햇살나그네 2025. 6. 16. 14:58

한점 부끄러움 없이

하늘을 우러러

이끼 낀 삶

살아오며

아무도 모르게

버려둔 나의

푸르던 작은 하늘을

가슴으로 기억하려 하오

 

흘러가는 구름

가볍게 타고

가고픈 곳이면

어디든 떠나는 소년의

쾌활한 꿈처럼

하늘은

넓고 푸르고

아름다우며 자유롭다

 

눈 뜨자 마자 바쁘고

네모진 길모퉁이를 돌고

성냥갑 같은 아파트 속에서

각진 책상에 앉아

커서가 재촉하는 컴퓨터 앞에서

퇴근길 쓰러진 술병 옆에서

아무도 모르게

버려둔 나의

푸르던 하늘은

몸음 낮추며

울고만 있네

 

<출처:김정우 시인,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사랑으로 남고 싶어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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