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내리는 산길을 따라
어스름 걷히는 숲속,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아침 안개 속으로 가까이 다가서면
영롱한 이슬방울 맺힌 풀잎들이
파릇한 아기의 환한 얼굴처럼
반기며 인사를 합니다.
새로 심어진 나무의 낯설움으로
소리를 낮추면 한참동안 서서
이슬 맺힌 또 하나의
파란 풀잎이고 싶습니다.
오늘 아직 아무도
걸어가지 않았을 작은 길을 따라 가면
부드러운 흙의 가벼운 어루만짐이
가슴으로 전해 오고
미쳐 가지 못한 저 만치의 길이
반가운 몸짓으로 몸을 꼬아가며
나에게로 다정하게 옵니다.
항상 그 자리에서
없는 듯 지켜봐 주는 님의 사랑처럼
누군가의 편안한 길이 되고 싶습니다.
계곡의 물은
끄침이 없이 노래를 부르고
작은 바위를 넘고 또 다른 돌과 돌사이를
지나 굽이쳐 가는 물소리는 너무 맑아
손을 모아 물속에 넣어
맑은 소리를 담아 봅니다.
소리속에서, 물속에 맑디 맑은 영혼이
숨쉬고 있습니다.
그 맑음으로
때묻은 내 영혼을 씻고 싶습니다.
<출처:김정우 시인,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사랑으로 남고 싶어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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