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산책

아내가 있는 풍경

햇살나그네 2021. 12. 4. 07:00

《좋은 시》 아내가 있는 풍경

ㅡ김정우

잠자리 날개 짓 같은
겨울 햇살
휴일 오후 3시 반
힘이 들어
성급한 목련 꽃봉오리와 놀다
창문 넘어와
내려앉은 거실
앉아 있는 배경 속에
그대의 숨소리는
뜨게질에 엮어가고
소리없이 가는 시간 속에
잊혀 진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그대의
눈동자는 젖어가고
실내의 집기들은 숨죽이며
바늘 가는대로
눈동자를 굴리고
햇살은 먼지 속에 졸다
놀라 성급하게
창문을 되넘어 갈 때
돌아가고 싶은
그대의 마음,
따라가지 못하고
실타래에 걸려 있네.

<출처:김정우 시인의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사랑으로 남고 싶어한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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