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정류장

소리없이 웃는 법

햇살나그네 2022. 1. 30. 07:00

<좋은 시>
소리없이 웃는 법

-권혁웅

당신에게서 참 좋은 냄새가 나
빵 굽는 마을에서는 빵을 굽고
모카에서는 커피를 볶지
아카시아 그늘도 하얗게 엉켜 있어
당신은 웃고 있군
당신의 잇바디가 가지런하진 않아
봄날 줄맞추며 소란 떠는
은혜 유치원생들 같아
들쭉날쭉한 웃음이군
이런 날엔 화단에 나와 앉은노인들
이마의 주름도 악보로 보여
펜을 들고 나서고 싶네
당신은 식빵 하나와 크림빵 둘 그리고
방금 갈아 봉지에 담은
커피를 들고 있군
어제 구은 빵은 덤으로 받았군
당신에게서 나온 좋은 냄새가
문 앞까지 총총히 당신을 따라왔군
당신이 들어가고
당신의 아이와 당신의
남자가 들어가고
당신은 문을 닫을테지
빵 굽는 마을에서는 커피를 내오지
아카시아가 당신 있는 거기서 이곳까지
그늘을 늘이고 있어
여전히, 당신은 웃고 있군.

<출처:신경림의 '시가 너처럼 좋아졌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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