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산책

겨울 밤 2

햇살나그네 2022. 2. 1. 07:00

<어른들을 위한 동시> 겨울 밤 2

-강소천

바람이 솨아솨아 부는 밤
문풍지가 부웅붕 우는 밤
겨울 밤 추운 밤.

우리는 화롯가에 마주앉아
감자를 구어 먹으며 옛날 얘기를 합니다.

언니는 호랑이 이야기
누나는 공주 이야기
나는 오늘 밤도 토끼 이야기.

감자를 두 번씩이나 구워 먹고 나도
우리는 잠이 안 옵니다.
겨울 밤은 길고 깁니다.

우리는 콩을 뽁아 먹습니다.
강냉이를 튀겨 먹습니다.
그래도 겨울 밤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방 안에는 재티가 뽀오얗고
화롯불은 죄다 꺼지고
우리들의 잎은 새까맣고.

<출처:김용택의 '내가 아직 작았을 때 '중에서>

=>햇살나그네 노트
눈내리는 겨울 밤, 호롱불 밑에서 TV도 없던 그 시절에 식구들과 아랫목에 두꺼운 이불 하나 두고 둘러앉아서 옛날 얘기하면서  군고구마 먹던 기억이랑, 무서운 이야기때문에 밖에 있는 화장실가는게 두려웠던 생각이 납니다. 큰 걱정이 없던 행복했던 아련한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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