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

《짧은 산문》 나를 배웅하던 두 사람

햇살나그네 2021. 11. 7. 19:51

《짧은 산문》 나를 배웅하던 두 사람

금요일 오후 퇴근길,
여느 때와 다르게 차가운 날씨다.
가방에 담아둔 목도리를 꺼내 목에 두르고 버스를 탔다. 버스는 퇴근길 하단 사거리에서 천천히 신호를 기다리며 가다말다를 반복한다. 창가에 앉은 나는 상념속에 빠졌다.

열 네 살에서 스무살 쯤의 중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겨울이 생각났다. 떠나는 나를 배웅하던 두 사람 생각으로 나는 울컥 눈물이 났다. 뭍에서 학교 다니는 나는 겨울방학이나 설명절에 고향집인 섬에 돌아왔다가 때가 되면 여객선을 타고 다시 뭍으로 가기를 여러번 했다. 그때마다 떠나는 나를 배웅해주던 따뜻한 두사람이 있었다.

추운날 아침 일찍 ,여객선 배를 타기 위해 선창으로 내려와 배를 기다렸다. 바닷가 매서운 바람을 피해서 시린 발과 손을 비비며 떠나기 싫은 마음 달래는 나의 모습.

객지 떠나는 그런 나를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 늘 하얀 수건을 머리에 쓴 우리 엄마, 그런 엄마의 마음처럼 엄마의 말년을 잘 챙겨주지 못한 자책감과 미안함만 남는다.

그리고 늘 떠나는 나를 위해 선창가에 나와서 좋은 모습으로, 애틋한 마음으로 나의 떠남을 아쉬워 하며 나를 위로하듯 나를 배웅하고 또 기다려준 친구 0식이에게 고마운 마음과 동시에 미안함이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상대의 감정을 좀 더 배려할 줄 아는 것이다.
그대가 행복하다면 기꺼이 내가 좀 아프도 된다고, 그리고 참을낼 수 있다고.
처음의 그 고마움과 감사함을 세월이 변해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그래야 두고두고 내가 행복해지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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