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듯 아쉬운 낡은 더위는아가의 콧등에 송글한 땀방울 몇 개 위로스쳐 지나가는 사과맛 같은 새콤한 바람과장난치며 놀고 있고 자꾸만 자꾸만 높아져 가고파래져가는 하늘가에고추잠자리 한 마리 핑그르르힘을 잃고 낮은 쪽으로만 맴돈다 방금 강뚝따라 긴 꼬리를 달고완행열차가 지나간 기차길 옆에는청초한 고향누나 같은 코스모스가아침 이슬을 모금고 살픗 웃고 있다. 여름내 캐캐한 곰팡이 냄새 가득한옷장문을 열면 지난 가을의 자잘한 일상이개어진 옷들의 주머니 속에서 졸다가깜짝놀라 뛰쳐나와 온 방을 추억으로 도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