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산책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 두고

햇살나그네 2024. 6. 16. 00:00

<좋은 글 산책>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 두고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 안으며

나지막히

그대 이름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출처:이외수 시화집,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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