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을 거슬려
정상으로 가는 길에 흘린
땀방울을 모아도
강물에 이르지 못합니다
세상 모든 근심, 걱정 안고
너른 평야를 흐르는
강은
누운 와불님처럼
평화롭습니다
은빛 떼지어
등 뒤집으며 팔딱팔딱
반짝반짝 어린 멸치떼들
놀던 바다 내려다보이는 곳,
찔레 넝쿨 담 넘어
동네 부잣집 산소 무덤을 무등 타며
땅뺏기 놀이하던
열 네 살 적
소 먹이던 때 생각나
바다로 흐르고 흐르는
강물을 따라
같이 흐릅니다
빨리 어른이 되어
하고 싶었던 것 많았던 열 네 살,
이젠 마흔 여덟 살 된 지금에서
그리워합니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힘들었던 그 때
함께 놀았던
들풀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목을 빼며 웃고 있습니다
<출처:김정우 시인의 작은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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