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정류장

멸치들이 뛰놀던 바다,전복이 커가는 바다

햇살나그네 2021. 6. 5. 08:25


어릴적 내가 살던 섬,소안도
산기슭의 길 따라 소고삐를 잡고 소를 따라 가다보면 푸른 바닷속에 은빛으로 날 뛰던 멸치떼,바다가 햇빛을 받으면 푸른색이 무리가 되어 움직이던 멸치들이 노니는게 경쾌했다.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그 물빛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우리 마을에는 두개의 멸치어장이 있었다.
두 어장이 멸치를 잡는법이 달랐다.
하나는, 큰 배 두척이 멸치들이 있는 곳을 나란히 가면서 두 배 사이에 그물을 던져서 멸치를 잡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밤에 배 한 척에 많은 전기불을 밝혀 움직이면 그 불을 보고 멸치가 배 주위에 모이게 해서 다른 배들이 그 배를 그물로 둘러싸서 잡는 방법이다.

고등학생이었던 어느 해,어장하는 집 아들인 친구가 운전하는 배를 같이 타고서 어른들이 잡은 멸치를 바닷가에 멸치 삶는 공장에 가져다 주는 일을 한 번 한적이 있었다.
그 날은 안개가 끼는 밤이라 어디가 바다 중심이고,어디가 가쪽인지 분간하기 어려워 덜컥 겁이 났던 기억이 있었지만 어르신들의 흥겨운 어부노래 소리에 따라 방향을 잘 찾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장에서는
바닷가 멍돌밭에 아주 너른 그물을 펼쳐서 삶은 멸치를 말려서 저녁이면 거둬들이곤 한다.
우리동네 조무래기 친구들은 그 때쯤 시간을 맞혀 그물을 거두워 간 자리에 가면,구멍난 그물 사이로 흘러내린 마른 멸치들이 멍돌 위에 쌓여 있어 주머니에,또는 넌닝구 앞쪽에 싸서 집에 오면 어머니 누나들이 좋아했다.그날은 저녁 반찬으로 멸치볶음을 먹게 된다.
어떤 날에는 그물이 새 것이면 흘러 내린 것이 없다.그러면 그 곳에서 일하는 동네 어른신들이 어장 사람들 몰래 멸치를 우리 손에 한 뭉치씩 쥐어주며 빨리 집에 가도록 했다.

동네 어르신들,동네 청년들은 여름철 멸치잡이하는 동안에는 어장에서 먹고자고 일하면서 돈도 벌곤 했다.
그것도 어느해부터는 어장이 없어지고,
서해바다에서 하던 김 양식장이 그 곳 동해 바다에서도 시작돼 지금까지도 하고 있고,
최근에는 그 곳에서 전복양식도 하고 있다.

그 친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그 곳에서 전복 양식을 크게하며 지내고 있다.명절때 가면 친구네 양식장에서 전복 큰것,생채로 먹어가면서 지난 얘기 나누다 보면 소주병만큼 우정이 소복이 쌓여갔다.

언젠가 그 바다,
내 가슴안에 새겨진
유년의 바다를 보러가려 한다.

소안도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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